내가 매사에 담담한 이유는 침착하거나 냉정해서가 아니라,
할수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는걸 알기 때문.
절망이 다가오는 상황을 지겹게도 자주 겪었지만,
그 경험을 통해 미리 예감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한때 가지고 있었던 조바심의 양동이로 마음을. 정신을. 퍼내다보면.
실제로 내안에서 나오는것은. 퍼내고 싶은것들 뿐만이 아니라.
날카롭게 절단된 양동이의 테두리에. 가지고 있어야 하는 살점까지 덩어리채 잘려 긁혀 따라 나온다는것.
장갑을 끼워도 손이시린. 유난스럽게 추운 초겨울.
내가 아직 모르는. 나에게 남아있는 것이. 과거가 행위가 누적되어 만들어지는 거라면.
아무리 이를 악물어도 사지떨릴만큼. 처절하게 시리겠지.
건조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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